플리세츠카야가 영화감독들을 사로잡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알렉산드르 자르히의 소련 고전 영화 '안나 카레니나'(1967)에서 벳시 트베르스카야 공작부인을 연기했을 때 발레에서 했던 자신의 역할들과 표현력 면에서 우위를 다툴 만했다. 하지만 이것이 플리세츠카야의 유일한 영화 경험은 아니었다. 영화 '차이콥스키'(1969)에서는 벨기에 출신의 오페라 가수 데지레 아르토를 연기했고 영화 '조디악'(1985)에서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화가 겸 작곡가 미칼로유스 츄를레니스의 뮤즈를 연기했다. 이후 그녀는 위대한 영화감독 아나톨리 에프로스에게 투르게네프의 소설 '봄물(Вешние воды)'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에프로스는 마이야와의 추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이건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하나의 작품에서 배우로서 역할을 연기하는 동시에 발레리나로서 춤을 춘다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동의한다'고 말하고 나중에 가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그녀를 피할 셈이었다. 나는 늘 나중에 피하면 되지 하고는 동의하곤 했다. 하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 못했다. 특히 마이야의 경우에는 더더구나 그랬다. 플리츠카야를 피하는 건 전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피했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발길은 이미 그녀가 연습하고 있는 발레 교실로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연습은 또 어찌나 많이 하던지!"
유감스럽게도 플리츠카야는 극무대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그녀는 극무대에 섰다. 연극 '밤의 날개'에서 마야는 하얀색 양말과 연극용 샌들을 신고 지상으로 내려온 요정을 연기했다.

